뱅기를 타고 가는데 웬지모르게 나는 조종석에서
추락보단 불시착에 가까운 비행기의 고도를 올리기 위해
어떤 핸들따위를 슈발 슈발거리며 열라게 땡기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슈퍼히어로도 아니였나보다.
하얀 봉우리들과 협곡들이 눈앞에 점점더 커지더니, 비행기는
다시 날아오르지 못하고 어떤 산맥같은데에 불시착.
반 피범벅 상태로 용케도 살아남았다. 열리지 않는
조종석 문을 발로차 열고 탑승객석쪽으로 가니까 기체의 반은
어디로 갔는지 앞쪽 좌석만 있고 눈보라치는 산비탈이 눈앞에
펼쳐진다. 생존자는 몇몇 보이지 않고 그들 중에서도
몸이 성한사람은 더 몇 되지 않는 것 같다.
제일 먼저 나는 구급상자를 꺼내 내몸에 밴드에이드를 덕지덕지
붙이며 드레싱을하고 지혈을 한다. 군생활때 구급법을
기억하는 나를 보고 문득, 피식 실소를 한다.
몇군데 얕은 열상과 찰과상 따위를 빼곤 부러진 곳은
없기에 움직이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 원래는 뒷자리가 있었을,
새로이 생겨버린 기체의 거대한 입구를 통해 눈발이 날리는
비탈로 내려선다. 비탈을 타고 조금 걷다보니 동굴이 하나 나온다.
동굴 입구엔 벌써 나처럼 피칠갑을 한 몇몇이 널브러져 있다.
그들과 다시 비행기로 돌아가 생존자 몇몇을 다시 동굴로 데려온다.
그리고 다시 성한 몇몇과 비행기에서 기내식과 담요, 구급상자따위를
챙긴다.
그 성한 사람들중, 눈에 띄는 사람이 한명 보인다.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데 생각 났다. Man Vs. Wild의 Bear Grills 횽이다.
신난다. 죽지는 않겠구나.
동굴에서 부상자들에게 응급처치를 한다. 베어그릴스횽과 이야기를
하는데 눈발이 너무 쎄서 지금 산을 내려가는건 무리란다.
우선은 여기서 날씨가 좋아질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날씨가 추워 불을 피우기로 했다.
비행기에서 탈만한 것들은 다 뜯어온다. 좌석시트부터 안내책자와
여러 잡지류들, 다른이의 수하물 안에 들은 탈만한 것들은 다 가져온다.
몇몇이들은 생존자가 더 있나 부서진 다른부분의 기체쪽을
확인하러가고, 나는 베어그릴스횽이랑 동굴로 돌아와 디스커버리채널에서
봤던 것처럼 플라스틱 쪼가리와 담요에서 뺀 실뭉치로 활을 만들어
동굴 입구에서 불을 피운다. 존나 땀날정도로 하니 불이 붙는다.
아 따뜻하다. 이제 좀 살만하네.
베어그릴스 횽이 말하길, 눈발이 좀 약해지면 검은 연기가 많이
나는 물건들을 태우자 한다. 아, 이것도 Man Vs. Wild에서 본거다.
부상자수가 많아 마을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산을 내려가는 것보다, 이곳에 그냥 비행기도
아닌 여객기가 떨어졌으니 구조대가 오긴 올꺼다,
여기서 최대한 버티며 구조신호를 보내는 편이
생존가능성이 높을 거랜다.
응 나도 그생각이 맞는 거 같아 횽하고 대답하는데 동굴의
입구쪽에서 베어그릴스 횽의 등 뒤로 쟌니 거대한 그림자가 생긴다.
ㄷㄷㄷ. 곰이다. 진짜 레알 곰이다. 진짜 지릴정도로 시커멓고
거대한 그리즐리베어가 베어그릴스횽 뒤에 서있다.
그릴스횽은 재빠르게 불붙은 몽둥이를 들고 일어서서
곰과 대치하려는 찰나 그리즐리베어의 앞발질이
베어그릴스횽의 얼굴을 강타한다.
횽이 푹 쓰러진다.
나도 한손에 불붙은 몽둥이를 들고 있지만 아... 슈발, 다리에 힘이
풀려서 후들후들거린다. 그리즐리베어가 허연 콧김과
입김을 훅훅 내뿜으며 입구를 막고 쓰러진 그릴스횽을 물고
이리저리 흔들고 있다. 도망갈 곳도 없다. 조금있다가
그릴스횽은 죽었는지 반응이 없자 그를 획하고 내팽겨 친다.
널브러진 그는 움직임이 없다.
이젠 곰은 나에게 다가온다.
온몸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발작한 사람처럼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리지만 악에 받쳐서 불붙은 몽둥이를 휘두른다.
아 지랄.
곰이 더 흥분해서 쿠오쿠오하면서 다가온다. 내 뒤편에 부상자들이
흐느끼기 시작한다. 곰의 숨결이 느껴질정도로 가까이 왔다.
앞발을 휘두른다. 바람을 가르는 휘익 소리가 들린다.
흐읍하며 난 숨을 들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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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슈발. 꿈에서 깼다. 온몸이 땀이다.
이처럼 박진감 넘치고 리얼하고 순수하게 공포스러운 악몽,
오랫만이었다. 비행기추락과 야생맹수와의 조우라는
컴비네이션은 정말 최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