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해 보였지만 폭발 직전이었다. 가슴 한구석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누구 한명만 걸리기만 해봐라, 건들기만 해봐라. 웃고있지만 이글거리는 적의가 뱃속 깊숙이부터 머리끝까지 타오르고 있었다. 알고보면 시뻘걷케 달아오른 놋쇠주전자처럼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그때 네가 딱 내가 가장 싫어하는 행동을 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넌 나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의 분노의 심지에 불을 붙였고, 빵! 하고 생각보다 크게 터졌다.
어찌보면 참 별거 아닌거지만 문제는 '때'였다. '울고 싶은데 뺨때렸다'고 정말 좋지않은 타이밍이었던 거다.
어렸을 적부터 가만히 있다가 불쑥불쑥 화내는 것 때문에 한번화내면 불같이 화내는 것 때문에 주위의 여러사람이 당황하고 부모님께선 질책하시곤 했다. 대학을 다니고, 군대를 다녀오면서 나의 그런 나쁜 성향을 많이 잠재웠다고 생각했고 많이 고쳤다고 생각했다. 근 2~3년동안 이렇게 불같이 화내본 적이 없던 것 같다. 화내면서도 '아 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했지만, 그래서 많이 억누르려 노력했지만 그게 생각처럼 안됐다. 몇시간 후에 너의 얼굴을 보았지만 나 스스로의 화를 못이겨 큰소리가 나오는 것을 겨우겨우 참으며,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너를 조용히 질책했다.
잠들기전 샤워를 하면서, 양 볼과 가슴속의 뜨거운 화가 서서히 언제 그랬냐는 듯 서서히 사그라 들기 시작했다. 다 씻고 책상에 앉았을 때 즈음엔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운 감정이 고개를 들었다. 비겁한 내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 다른 의미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난 아직 철들려면 멀었구나.'
너에게 사과문자를 보냈고, 채 책상위에 전화기를 놓기전에 죄송하다는 너의 답장에 난 더욱더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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